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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갈아타기 ‘인테크’를 아시나요?

SoftArt 2009. 9. 12. 15:44
갈아타기 완정정복 / 초고속인터넷

"자기야, 다음주에 어머니 생신인데 선물 뭐해드리지?"
"알잖아, 우리 엄마 현찰 제일 좋아하시는 거."
"알지, 근데 우리 지난주에 욕실 수리해서 현금이 똑 떨어졌는데."
"음… 현찰이 필요한데, 그럼 또 갈아탈 때가 온 건가? 우리 갈아타자!"
서울 합정동에 사는 정가영(가명, 여 29세), 이진환(가명, 남 32세) 부부는 본가 어머니 생신 선물로 고민 중이다. 근데 무엇을 갈아타서 필요한 '현찰'을 마련한다는 것일까? 바로 집에서 이용하는 초고속인터넷 회사를 갈아타는 '인테크'.


◆ 인터넷 가입만 하면 현찰이 내 통장에

정가영, 이진환 부부는 지난 2008년 7월 30개월 가입 약정으로 초고속인터넷 이용계약을 하고 현금 28만원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덕분에 지난해 여름휴가비는 이 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번 9월에 인터넷 회사를 갈아타기 위해 해지한다고 해도 현금사은품(12개월 내 해지하면 현금사은품을 돌려줘야 한다는 약관이 있다)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대신 30개월 약정기간 위반에 따른 위약금만 지불하면 OK! 위약금은 보통 5만~10만원선.

위약금은 내야 하지만 통신사를 옮기면 가입 사은품으로 현금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 가입'을 검색하면 24시간 내 현금을 사은품으로 지급한다는 사이트들이 주루룩 뜬다.

인터넷 가입을 신청할 경우 20만~25만원선의 현금을 사은품으로 지급한다는 문구는 고객의 클릭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현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알뜰(?) 혹은 얌체족들은 1년에 한번 꼴로 인터넷 회선을 갈아타며 인테크를 한다. 인터넷 가입 시 체결한 약정기간과 상관없이 1년 이상 사용하면 현금사은품에 대한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 다른 곳은 얼마 주는데요?

초고속인터넷 가입 문의 전화를 하면 대부분의 가입센터가 현금사은품 제공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선다.

가입을 망설일 경우 "다른 곳에서는 현금 얼마를 제시하죠? 저희가 맞춰드릴 수 있어요"라는 친절한 상담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인터넷 가입을 취소한다는 상담전화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2~3개월 무료사용은 물론이고 월 이용료까지 깎아주겠다며 해지를 제고해달라는 부탁이다.


◆ 인터넷 갈아타기 직접 해보니

무료 이용에 현찰을 덤으로 준다는데 기자도 가계부를 쓰는 주부인지라 '갈아타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기존에 사용하던 A 인터넷 회사에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객님 사용하시는데 불편하신 점이라도." 조심스레 묻는 상담원에게 기자는 "타 인터넷보다 비싼 거 같아서요"라는 이유를 댔다.

"그렇군요. 고객님 지금 확인해보니 저렴하게 이용하고 계시긴 한데 저희가 2개월 무료 사용기간을 드릴테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오호라, 이게 바로 갈아타기의 힘이구나!'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진짜로 회선을 갈아탔을 경우 인터넷 회사의 대응이 궁금했다.

"아니요, 그냥 해지해 주세요. 오늘 다른 인터넷을 설치하기로 했거든요."
'더 강한 떡밥으로 이동하겠다는 나를 잠재우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상담원은 안타깝다는 말과 해지위약금이 약 8만원이라고 안내하며 일사천리로 해지처리를 진행했다.

기자의 핸드폰에는 '유은정 고객님, *** 해지 처리되었습니다'라는 해지통보 문자까지 날아왔다.

'이렇게 쉽게 해지를 해주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새로 가입한 B사에서 현금 25만원 + 무료 3개월을 제공해준 덕분에 '역시 갈아타길 잘했어!'라고 결론 내렸다.

그로부터 몇시간 뒤 걸려온 전화. 기존 인터넷 회사 상담원이라고 소개한 K씨는 "고객님 해지하지 않고 앞으로 1년간만 더 사용해주세요. 그러면 사은품으로 현금 7만원과 함께 요금도 2만원(부가세포함)으로 할인해 드릴께요"란다.

기자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연이어 상담원의 달콤한 설명이 연타공격으로 이어졌다. 1년 사용기간 중 3개월은 이용요금을 면제해 주겠단다. 더구나 딱 1년만 더 사용하고 다른 회선으로 갈아타면 위약금 없이 다른 회사 현금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잊지 않았다.

결국 유혹한 넘어간 기자는 B사에 가입신청 취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시작된 B사 상담원의 유혹.
"고객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고객님께만 특별히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을 추가로 드리고요. 1개월 추가 무료혜택도 드릴께요."

인터넷 회사 간의 끝없는 치열한 고객 유치 전쟁은 현금을 앞세운 노골적인 마케팅이긴 하지만 가입자에게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 인터넷 갈아타기 시도 결과

기자는 기존에 A인터넷을 40개월 약정으로 2만4684원 요금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지와 회선 갈아타기 시도 결과, 기존 A사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요금은 2만원으로 약 20%나 할인받을 수 있었다. 물론 기자의 통장에는 7만원 현금사은품도 입금됐다.

갈아타겠다는 전화한통으로 '현금 7만원 + 3개월 무료혜택 + 월 4684원의 요금할인'을 챙긴 것이다.

두둑해진 통장을 바라보는 뿌뜻함과 함께 아무 불만 없이 장기간 사용하는 착한 고객에게 주는 감사의 마음보다도 '이리저리 갈아타는 알뜰족 혹은 얌체족'에게 유리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