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송강호'를 있게 한 불후의 명작인 영화 '넘버3'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원체 여러 번 봐나서 웬만한 대사는 아직도 다 외운다.ㅋ).
극중 '오지나' 역, 즉 도강파 보스의 마누라로 나온 방은희(아래 땡그란 눈알ㅎ)씨가 현지(이미연 분)와 함께 서점에 갔다가, 시를 읽으면 세상이 꽤 감동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말에 아래와 같이 대꾸한다.
'세상에 나 오지나를 감동시키는 건 딱세가지야. 캐시, 크레디트카드, 섹스'
<눈동자가 무섭습니다. 누님....ㅎ>
아 이 얼마나 자본주의적 멘탈리티가 툴툴 묻어나는 멋진 멘트인가. 나 역시 이에 백번 동의하는 바이다.ㅎ
성경에서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으뜸이겠지만, 인생 현실사에서는위의 세 가지가 단연 '에이스'다.
컴퓨터를 살 때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항목은 세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예상하는 대로 CPU, 메모리, 그래픽 카드 다.
이 중 CPU만 놓고 봐도 챙겨 봐야 할 사양 항목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역시 작동 '클럭'이겠다. 몇 기가헤르쯔네, 메가헤르쯔네 하는 그 수치다.
전자계산기 원론적으로 말하면 컴퓨터(프로세서)는 0과 1을 On/Off하면서 작동하는데, 이게 1 헤르쯔다.
이에 따라 만약 3GHz 라면 1초에 30억번 On/Off 할 수 있는 속도를 나타낸다(기가-Giga는 10억을 의미하니까).
당연히 클럭이 높은게 성능도 좋다. 물론 가격도 비싸기도 하고.
클럭 다음으로 많이들 고려하는게 바로 캐시 메모리다. CPU 사양 보다 보면 L1 캐시네, L2 캐시네 하는 그것.
이 캐시 메모리에 따라서도 CPU 성능은 우열을 판가름 할 수 있다. 사실 캐시 메모리에 따른 성능 차이는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캐시 메모리가 높으면 유리한 것이니 비교해 볼만 하겠다.
우선 캐시 메모리(cache memory)라는 게 무언가. 현금으로 사는 메모리일까(웬 쌍팔년도 개그...).
기본적으로 캐시 메모리라는 개념은 비단 CPU에만 사용되는 건 아니고, 속도가 빠른 장치와 느린 장치 사이에서 속도차에 따른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한 범용 메모리다. CPU에서는 CPU 코어(고속)와 메모리(CPU에 비해 저속)사이에서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인터넷에서도 웹 브라우저를 보면 '캐시 파일' 등의 용어를 볼 수 있다. 웹 페이지 상의 이미지 등을 하드디스크에 미리 저장해 두고, 다음 번 웹 페이지 로딩 시 해당 사이트가 아닌 하드디스크에서 이미지를 불러들여 로딩 속도를 높이게 된다).
<통상 듀얼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 마다 L1 캐시를 가지고 있고, 두 코어가 서로 공유할 수 있는 L2 캐시 메모리가 있다.>
즉CPU가 메모리에저장돼있는 데이터를 읽어 들이면서 자주 액세스 하는 데이터는 아예 캐시 메모리에 저장하여 다음 번에 액세스 할 때는 메모리가 아닌 캐시 메모리에서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캐시 메모리는 일반 메모리보다 빠르겠지만 용량은 적은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CPU에는 이러한 캐시 메모리가2~3개 정도가 사용된다. 이를 L1, L2, L3 캐시 메모리라 말하며, 여기서 L은 Level을 의미한다.
우리 말로 하면 '1차 캐시', '2차 캐시', '3차 캐시 메모리'가 되겠다. 이는 속도와 크기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L1 캐시는 일반적으로 CPU 칩안에 내장되어, 데이터 참조에 가장 먼저 사용된다. L1 캐시는 보통8~64KB 정도의 용량으로 CPU가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며, 여기서 데이터를 찾지 못하면, 이제 L2 캐시 메모리로 넘어가게 된다.
L2 캐시 메모리는 용도와 역할은 L1 캐시와 비슷하지만, 속도는 그 보다 느리다. 다만 일반적인 용량은 64Kb~4MB 정도가 사용된다.
CPU 제품마다 약간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L2 캐시는 CPU 다이에 별도의 칩으로 내장된다. 앞서 말한대로 L1캐시를 먼저 뒤지고, 없으면 L2 캐시를 뒤져 데이터를 찾는다(L1 캐시보다는 느리지만, 일반적인 메모리(RAM)보다는 빠르다).
L3 캐시 메모리도 동일한 원리다. 다만 요즘 웬만한 프로세서에서는 L3 캐시 메모리는 달고 있지 않다. L2 캐시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텔 코어2 듀오나 쿼드에는 L3 캐시가 없지만, 코어 i7에는 8MB를 달아뒀다. 물론 없는 거 보다야 있는 게 낫겠지만,
흔히들 L1, L2 캐시 메모리 정도만 CPU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L3 캐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추세다
(참고로 이 L3 캐시는 CPU가 아닌 메인보드에 내장되는 경우가 더 많다).
<코어 i7이나 i5는 위 그림과 같이 L3 캐시 메모리를 CPU 안에 내장하고 있다. 큰 효과 있을지는 모르겠다..ㅎ>
<코어 i7 965EE 프로세서의 캐시 메모리 정보. L3 캐시 메모리 8MB를 내장했다.>
그런데 이렇게 CPU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왜 고작 몇 MB 정도 밖에 안달까?
뭐 예상했던대로다. 단가 때문이다. 캐시 메모리로 사용되는 SRAM은, 우리가 메모리라 부르는 DRAM에 비해 가격이 '초절정' 이기 때문이다.
위에 설명한 이론과 정의 말고도 '캐시 메모리'에 대한 내용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적어도 CPU 구입을 위한 사양 점검에 필요한 캐시 메모리 정보는 위의 내용이면 잘 커버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캐시 메모리도 많은 높이 좋은 놈이다. 아울러 비싼 놈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잠깐 말했듯 캐시 메모리의 차이는 벤치마크 툴로 테스트할 때나 수치적으로 증명될 뿐이지, 실제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CPU를 결정할 때 참고할 만한 2차 기준은 될 지언정 절대적인 지표로 여기기엔 좀 '거시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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