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완정정복 / 초고속인터넷

"자기야, 다음주에 어머니 생신인데 선물 뭐해드리지?"
"알잖아, 우리 엄마 현찰 제일 좋아하시는 거."
"알지, 근데 우리 지난주에 욕실 수리해서 현금이 똑 떨어졌는데."
"음… 현찰이 필요한데, 그럼 또 갈아탈 때가 온 건가? 우리 갈아타자!"
서울 합정동에 사는 정가영(가명, 여 29세), 이진환(가명, 남 32세) 부부는 본가 어머니 생신 선물로 고민 중이다. 근데 무엇을 갈아타서 필요한 '현찰'을 마련한다는 것일까? 바로 집에서 이용하는 초고속인터넷 회사를 갈아타는 '인테크'.


◆ 인터넷 가입만 하면 현찰이 내 통장에

정가영, 이진환 부부는 지난 2008년 7월 30개월 가입 약정으로 초고속인터넷 이용계약을 하고 현금 28만원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덕분에 지난해 여름휴가비는 이 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번 9월에 인터넷 회사를 갈아타기 위해 해지한다고 해도 현금사은품(12개월 내 해지하면 현금사은품을 돌려줘야 한다는 약관이 있다)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대신 30개월 약정기간 위반에 따른 위약금만 지불하면 OK! 위약금은 보통 5만~10만원선.

위약금은 내야 하지만 통신사를 옮기면 가입 사은품으로 현금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터넷 가입'을 검색하면 24시간 내 현금을 사은품으로 지급한다는 사이트들이 주루룩 뜬다.

인터넷 가입을 신청할 경우 20만~25만원선의 현금을 사은품으로 지급한다는 문구는 고객의 클릭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현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알뜰(?) 혹은 얌체족들은 1년에 한번 꼴로 인터넷 회선을 갈아타며 인테크를 한다. 인터넷 가입 시 체결한 약정기간과 상관없이 1년 이상 사용하면 현금사은품에 대한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 다른 곳은 얼마 주는데요?

초고속인터넷 가입 문의 전화를 하면 대부분의 가입센터가 현금사은품 제공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선다.

가입을 망설일 경우 "다른 곳에서는 현금 얼마를 제시하죠? 저희가 맞춰드릴 수 있어요"라는 친절한 상담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인터넷 가입을 취소한다는 상담전화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2~3개월 무료사용은 물론이고 월 이용료까지 깎아주겠다며 해지를 제고해달라는 부탁이다.


◆ 인터넷 갈아타기 직접 해보니

무료 이용에 현찰을 덤으로 준다는데 기자도 가계부를 쓰는 주부인지라 '갈아타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기존에 사용하던 A 인터넷 회사에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객님 사용하시는데 불편하신 점이라도." 조심스레 묻는 상담원에게 기자는 "타 인터넷보다 비싼 거 같아서요"라는 이유를 댔다.

"그렇군요. 고객님 지금 확인해보니 저렴하게 이용하고 계시긴 한데 저희가 2개월 무료 사용기간을 드릴테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오호라, 이게 바로 갈아타기의 힘이구나!'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진짜로 회선을 갈아탔을 경우 인터넷 회사의 대응이 궁금했다.

"아니요, 그냥 해지해 주세요. 오늘 다른 인터넷을 설치하기로 했거든요."
'더 강한 떡밥으로 이동하겠다는 나를 잠재우겠지'라는 생각과 달리 상담원은 안타깝다는 말과 해지위약금이 약 8만원이라고 안내하며 일사천리로 해지처리를 진행했다.

기자의 핸드폰에는 '유은정 고객님, *** 해지 처리되었습니다'라는 해지통보 문자까지 날아왔다.

'이렇게 쉽게 해지를 해주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새로 가입한 B사에서 현금 25만원 + 무료 3개월을 제공해준 덕분에 '역시 갈아타길 잘했어!'라고 결론 내렸다.

그로부터 몇시간 뒤 걸려온 전화. 기존 인터넷 회사 상담원이라고 소개한 K씨는 "고객님 해지하지 않고 앞으로 1년간만 더 사용해주세요. 그러면 사은품으로 현금 7만원과 함께 요금도 2만원(부가세포함)으로 할인해 드릴께요"란다.

기자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연이어 상담원의 달콤한 설명이 연타공격으로 이어졌다. 1년 사용기간 중 3개월은 이용요금을 면제해 주겠단다. 더구나 딱 1년만 더 사용하고 다른 회선으로 갈아타면 위약금 없이 다른 회사 현금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잊지 않았다.

결국 유혹한 넘어간 기자는 B사에 가입신청 취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시작된 B사 상담원의 유혹.
"고객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고객님께만 특별히 ***백화점 상품권 10만원권을 추가로 드리고요. 1개월 추가 무료혜택도 드릴께요."

인터넷 회사 간의 끝없는 치열한 고객 유치 전쟁은 현금을 앞세운 노골적인 마케팅이긴 하지만 가입자에게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 인터넷 갈아타기 시도 결과

기자는 기존에 A인터넷을 40개월 약정으로 2만4684원 요금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지와 회선 갈아타기 시도 결과, 기존 A사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요금은 2만원으로 약 20%나 할인받을 수 있었다. 물론 기자의 통장에는 7만원 현금사은품도 입금됐다.

갈아타겠다는 전화한통으로 '현금 7만원 + 3개월 무료혜택 + 월 4684원의 요금할인'을 챙긴 것이다.

두둑해진 통장을 바라보는 뿌뜻함과 함께 아무 불만 없이 장기간 사용하는 착한 고객에게 주는 감사의 마음보다도 '이리저리 갈아타는 알뜰족 혹은 얌체족'에게 유리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Posted by Sof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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