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만히 들어보면 정말 별거 없다.

별거 없는 내용을 괜히 전문용어 들먹여 가며 운운하니 어렵게 들릴 뿐이다. 그래야 말하는 이의 지적 수준이 높아질테니...

물론 마이크로아키텍처라는 건 심오하고 복잡하다. 우리들 같은 여념집 총각들이 함부로 넘볼 수 있는 논리나 기술이 아니다.

여기서 우선 어렸을 적 미술 시간을 잠깐 떠올려 보자.

어느 학교든, 특히 초등/중학교미술 선생님은 어린 우리들 눈에는 마냥 예쁘게만 보였다. (교생 선생님들이 많아서...)

그래서 미술 시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미술 선생님은 차창으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칠판에 그날의 그림 주제를 적으셨다. 이를 테면...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등

이때 우리는 그 그림 주제에 따라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제대로 그려야 미술 선생님께 이쁨을 받을 수 있을 테고, 그러려면 주제에 맞는'밑바탕(또는 밑그림)'을 잘 잡아야 한다.

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단계로 인식된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밑바탕을 정확히, 그리고 제대로 그러야 한다는 것. 그것이 곧 성공의 시작이지 않던가.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CPU, 즉 조금 유식한 단어로 '마이크로 프로세서'에서도 이 밑바탕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대단히 작은 크기(마이크로-micro)의 데이터 처리기(프로세서-processor)를 의미하고, 흔히 그냥 '프로세서'라고 부른다.

<이미지를 찾다보니 죄다 인텔 제품이네...ㅋ>

하여튼 이러한 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역시 이를 위한 밑바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 아키텍처'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를 빼고 그냥 '아키텍처'라고도 한다. 이에 따라 현재 판매, 사용되는 모든 프로세서에는 저마다 이 마이크로아키텍처를 밑바탕으로 깔고 개발됐다.

다시 앞서 미술 시간을 상기해 보면, 상상화를 그릴 때, 정물화를 그릴 때, 인물화를 그릴 때, 포스터를 그릴 때 각각 밑바탕이 다르다.

CPU 생산업체인 인텔의 프로세서 역시 과거 펜티엄 시절부터 현재의 코어 i7, i5까지 그 밑바탕인 마이크로아키텍처가 각각 다르다. 저마다 특징과 기능, 사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컴퓨터 판매 시장의 90% 정도가 인텔 프로세서 이기에 인텔만 언급하겠다. 별다른 사심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적인 내용은, 인텔의 모든 마이크로아키텍처는... (AMD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 제조 공정을 줄이거나 (제조 공정은 CPU 안에 빼곡히 납땜질 하는 트랜지스터 간의 간격을 말한다.)

2)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개수를 늘리거나,

3) CPU 다이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전반적인 성능을 높이고 소비 전력은 낮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일반용 컴퓨터에 장착되는코어2 듀오나 코어2 쿼드 프로세서는 어떤마이크로아키텍처를 밑바탕으로그려 졌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사실 마이크로아키텍처의 이론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여기서는 기본 개념과 의미 정도만 쉽게 접근해 본다.

현재의인텔의 코어2 프로세서는 '코어 마이크로아키텍처'라는 밑바탕 위에 그려졌다. 이 코어 아키텍처 이전에는 펜티엄4와 펜티엄D 시절의 '넷버스트(NetBurst) 아키텍처', 그 전에는 펜티엄2와 펜티엄3의 'P6 아키텍처'가 있었다. 물론 이들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펜티엄4와 펜티엄D의 기틀인 넷버스트 아키텍처>

<펜티엄2, 펜티엄3의 P6 마이크로아키텍처>

이 코어 아키텍처는 앞서 말한 펜티엄2, 펜티엄3의 'P6 아키텍처'를 계승한 것이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코어 솔로(코어2가 아닌)나 코어 듀오는 코어 아키텍처가 아닌 'P6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고, 이는 모두 노트북용이었다.

이후로 2006년에 P6 아키텍처를 한층 개선한 지금의'코어 아키텍처'가 발표됐고, 그 대표 주자로 코어2 프로세서가 출시된 것이다. 이 '코어 아키텍처'는 진정한 다중 코어 처리 방식이 적용됐다 해서흔히 차세대 아키텍처로 관심을 받았다. 직전의 넷버스트 아키텍처를 이어가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전력 소비' 때문이었다. 에너지 효율이 강조되는 최근 IT 동향에 따라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무한정 전력을 소비하는 제품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코어 아키텍처'는 예전 노트북용 프로세서인 펜티엄M을 개발한 팀에서 설계했으며, 그 결과 이전보다 훨씬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코어 아키텍처에'는 이러한 다중 코어 처리뿐 아니라 인텔의 가상화 기술(VT)도 포함됐다.

이렇게 'P6 아키텍처'를 계승했지만 코어 아키텍처에서 가장 획기적으로 개선된 부분이 바로 제조 공정이다.

흔히 나노미터(nm-nano meter, 10억분의 1미터)로 표기되는 제조 공정은 프로세서 안에 빼곡히 부착하는 트랜지스터 사이의 간격을 일컫는다. 즉 65nm, 45nm는 수백, 수천 만개의 트랜지스터가 65nm, 45nm 간격으로 조밀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당연히 프로세서는 트랜지스터 수가 많으면 성능이 높다.


'P6 아키텍처'로 만들어진 펜티엄2가 약 350nm 였으며, 단종 직전의 펜티엄3도 130nm에 불과했으나, 코어 아키텍처의 코어2 프로세서는 65nm와 45nm로 공정을 대폭 개선했다. 안에 들어간 트랜지스터 개수도 코어2 쿼드코어(45nm-요크필드)의 경우 무려 8억 2천 만개임에 비해 펜티엄2는 750만개에 불과했다. 실로 엄청난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구절에서 '무어의 법칙'이네 하는 경제학적 용어가 나온다.)

따라서 1997년생 펜티엄2와 2006년생 코어2 시리즈는 딱 10년 동안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극명한 성능차를 보인다.

과거 펜티엄2는 450MHz가 최고 클럭이었는데, CPU 성능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펜티엄3 1.4GHz의 득점이 174점, 코어2 쿼드 QX9770이 4,786점을 득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충 통밥으로 때려도약 3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셈이다.

<수치 발췌 : www.cpubenchmark.com>


앞서 말한 대로 이 '코어 아키텍처'는 65nm 공정 프로세서45nm 공정 프로세서로 구분된다.

처음 선보인 코어2 프로세서는 65nm 공정의 코드명 '메롬(Merom)'과 '콘로(Conroe)' 였다. 메롬은 노트북용, 콘로는 데스크탑용으로 각각 사용됐다.

인텔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코어 아키텍처'의 메롬 프로세서는 이전 코어 듀오에 비해 20% 이상, 콘로 프로세서는 이전 펜티엄D에 비해 40%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고 전한다.

현재 '코어2'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모든 프로세서는 '코어 아키텍처' 기반으로 제작된 제품이다. 이후 작년 하반기에 발표된 명실공히 인텔 최고의 프로세서인 코어 i7은 코어 아키텍처를 또 한번 개선한 '네할렘 아키텍처'를 밑바탕으로제작됐다. 이 '네할렘 아키텍처'에서는 제조 공정의 혁신이라 일컫는 32nm 공정을 실현했고, 기존의 FSB 데이터 이동 방식이 아닌 'QPI' 방식을 적용해,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의 통신 병목을 줄였다. 얼마 전에는 이 '네할렘 아키텍처'를 적용한 코어 i5 프로세서도 새로 출시됐다.

<코어 i7의 '네할렘 아키텍처'>

앞으로도 인텔을 비롯한 AMD와 같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사는 항상새로운공정전략을 필두로 새로운 아키텍처를 설계, 개발할 것이며, 그에 따라 프로세서의 성능과 기능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컴퓨터 사용자 환경이 더 이상 그런 획기적인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즉 이미 현재까지 출시돼 있는 프로세서 만으로도 일반적인 용도로는 충분하다 못해 남아 돌기 때문이다.

기술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개발/발전해야 진정 의미가 있는데, 정작 우리 인간은 더 이상 높은, 나은성능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 미래 디지털 시대의 모순이란 생각이 든다.

<인텔 프로세서의 다이 크기와 마이크로아키텍처 히스토리.>

Posted by Sof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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