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맘 같아서는 요즘 디자인도 출중한 최신형노트북을 12개월 무이자 카드 할부로 지르고 싶다.

하지만 조금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노트북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다지 사용 빈도는 높지 않을 테고,

더군다나 업무 또는 학습과 관련된 기본적인 작업만 할거라면 굳이 백몇십 만원 들여가며 '사고'칠 필요는 없다.

(월말에 날라오는 카드 결재 내역서를 부여잡고 후회해봐야 이미 늦은 거 아닌가).

<요즘노트북들은 무척이나 알흠답다. 왼쪽은 TG삼보컴퓨터 에버라텍 스타, 오른쪽은 소니 바이오 시리즈>

내게 딱 필요한 정도만 있으면 되니 새 거든 헌 거든 그건 문제 되지 않는다(물론 헌 거라도 이왕이면 깨끗한 게 좋겠지만…).

데스크탑은 중고 제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워낙 가격이 싸졌으니까…) 노트북은 여전히 '고가'의 제품으로 여겨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원래 주인의 사용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이 있어야 하겠고, 잔 생활 흠집(전문용어로 '기스')이야 인정된다 해도 큰 파손이나 결함은 없었으면 한다. 다행히도 노트북 사용자들은 아직까지는 자기 노트북을 소중하게 다루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고 치고는 깨끗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을 테다.

뭐든 마찬가지지만 중고 제품을 구입할 때 따져봐야 할 건 가격뿐 만이 아니다.

특히 노트북의 경우 여러 가지를 직접 눈으로, 손으로 확인하고 양도 받아야 할 것이고. 이에 여기서는 중고 노트북을 매입하려는 경우 꼼꼼하게 따져 볼 몇 가지 사항을 짚어본다.

(사실 아래와 같이 많은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보기가 쉽지 않을 게다. 하지만 적어도 몇십 만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 손해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중고 노트북 거래 시에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장물이라고 크게 해될거 없지만 괜히 찜찜하지 않은가... 사진발췌: 노컷뉴스>

첫째, 중고 노트북 구입처 선택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형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 판매자가 판매글을 올려 놓으면 이를 보고 연락을 취해 성사되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쇼핑몰이나 커뮤니티의 중고 거래는 해당 사이트가 책임지지 않으므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뭐 흔히 다나와 중고장터(http://dmall.danawa.com)나 네이버 '중고나라(cafe.naver.com/joonggonara) 정도가 대표적인 중고 매매 사이트다. 물론 옥션이나 유명 쇼핑몰 사이트 등에서 중고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컴퓨터 부분은 활발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수준의 노트북을 쉽게 검색할 수 있을 게다.

<다나와 중고시장 코너의 중고 노트북 판매 게시판>

<네이버의 대형 중고 거래 카페의 중고 노트북 판매 포스트>

단 그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른 바 '듣보잡' 매매 사이트라면 과감히 무시해야 된다. 특히 다른 중고 사이트보다 가격이 획기적으로 싸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된다. 상식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그리 싸게 파는 거다. 이건 불변의 진리다. 염두토록.

<큰맘 먹고 노트북 하나 질렀더니, 이게 배송돼 왔다.... 그래도 이 놈은 쏘주라도 보냈네...>

둘째, 반드시 현장 접선 직거래
노트북 배송 만을 애타게 기다렸는데 막상 포장 풀어보니 벽돌 두 장 들었더라… 흔히 있는 인터넷 쇼핑 사기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경우 판 놈도 나쁜 놈이지만 산 사람도 할 말 별로 없다. 특히 대형 쇼핑몰 등처럼 안전 구매를 보증하지 않는 일반 중고 거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잘 알겠지만 대형 쇼핑몰은 구매자가 구매 비용을 우선 쇼핑몰에 송금하고, 송금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제품 발송을 의뢰한다. 구매자가 제품을 받아 만족한 후 최종적으로 '구매 확인'을 하면 몇 푼의 수수료를 때고(걔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금액을 판매자에게 송금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거래할 거면 반드시 구매 보호 프로그램이 적용된 사이트에서 구입해야 한다.>

이때는 직접 만나서 거래 트는 게 가장 안정빵이다. 물건도 직접 맛(?) 볼 수 있으니 확실한 구매가 가능하겠다. 지역이 멀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급적이면 직접 만나 거래하는 걸 초강력 울트라 파워 추천이다. 혹 판매자가 만나길 꺼려 한다면(시간이 없다는 둥, 제품 있는 곳이 멀다는 둥) 과감히 구입을 포기하라. 그게 살 길이다. (아울러 직거래 하니 배송비 명복으로 5,000원 정도 빼달라 애교를 부려도 되겠다.)

셋째, 해당 제품의 현 시세를 파악하라.
중고로 팔면서 신제품 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기 물건을 보다 비싸게 팔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이치.

따라서 현 시세를 모르고 무조건 깎으려 하기 보다는 현 시세와 사용 기간을 냉정하게 따져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면 판매자도 딴 소리 못한다. 중고 판매 협상에서 일단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구입자다. (제품이 시급하게 필요한 경우는 제외) 따라서 가격 제안이나 협상은 구입자 측에서 치고 들어가는 게 옳다.

<현재 신제품 판매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비슷한 조건의 중고 노트북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올라온 게 제법 된다는사실을 판매자에게 인지시켜라.

즉 구입자 자신에게는 '선택적 대안'이 있음을 각인시키면 가격 '쇼부' 치기가 쉬워진다. (이를 협상 이론에서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 한다. 즉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또 다른 대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해당 제품 또는 그 이후 모델의 현재 시세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시세를 확인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정확한 브랜드, 모델, 사양 등도 함께 습득해 줘야 겠다.

넷째, 중고 제품은 '3년'이 고비다.
특히나 컴퓨터 제품은 1년만 지나면 이미 구식이 돼버린다. 이럴 진데 3년 이상 된 노트북이라면 아무리 외관 상태가 양호해도 높은 가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무상 AS기간이 만료되며, 컴퓨터 시장에서 보면 3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이때는 '무어의 법칙'을 들먹여 살짝 곁들여 판매자의 제품이 오래 됐음을 인식시키는 것도 좋다.

'흔히 마이크로 프로세서(CPU)는 18개월 마다 2배로 발전한다는 데, 그렇게 치면 님의 노트북은 구입 때에 비해 이미 75% 정도 의미가 상실된 거네요…. 근데 얼마….라고 하셨죠?'

이 정도면 결정타 아닌가…

다섯째, 내/외관 상태, 특히 LCD 힌지 상태를 철저히 체크하라.
중고 제품은 이래저래 사용하다 보면 아무리 신경을 써도 잔흠집이 나기 마련이다.

대못으로 긁힌 정도라 아니라면 생활 흠집까지는 인정해 주자. 다만 한 구석이 좀 찌그러졌다거나 특히 파손된 부분이 있다면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데는 아무 지장 없다' 말한다. 당연히 그럼 지장 없으니까 팔지, 지장 있는데 팔면 그게 사기꾼이지. 단순 생활 흠집 보다 데미지가 크다면 이 역시도 가격 네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이 정도의 흠집이면 참아줄 만 하다. 그 이상이면 가격 네고를 준비해야 한다.>

노트북이라면 역시 가장 먼저 LCD 상태를 봐야 한다.

즉 불량 화소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윈도우 부팅 후 바탕화면을 검정색으로 발라보면 금방 티가 난다. 화소가 죽었거나 불량이면 붉은색, 녹색, 흰색 등으로 보이기에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때 판매자는 또 한마디 한다. '불량 화소가 있긴 한데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다'고….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을 지 몰라도 구입하는 데는 지장이 있다.

<이 정도면 사실 노트북으로써는 사실 상 '영면'한 상태다. 입장하신 거다. 명복을 빌 뿐...>

그 다음으로 LCD 힌지 상태를 봐야 한다. 힌지(hinge)는 노트북에서 LCD 패널부분과 본체가 맞닿은 부분을 의미한다.

즉 노트북을 열고 닫을 때 그 유격을 확인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든 LCD 힌지 상태가 좋지 않아 열고 닫을 때 너덜너덜 하다면 노트북을 열자 마자 LCD가 바닥으로 퍽 젖혀질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가격을 깎을 게 아니라 '다음 기회'를 이용하길 권한다.

<노트북 LCD 부분과 본체가 이어지는 이 부분이 '힌지'다. 즉 LCD를 열고 닫을 때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에 구입 시 힌지의 유격을 확인해야 한다.>

여섯째, 부팅 시킨 후 10~20분 작동 시켜 본다.
이거 이거 중요하다. 물론 부팅도 안되는 놈을 판매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운반 도중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부팅 시켜서 윈도우 상태, 각 장치 드라이버의 상태 등을 확인해야겠다. [내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대해 '디스크 기본 검사'를 돌려서 물리적인 오류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 밖에 그래픽 카드와 사운드 설정도 빠짐 없이 확인하면 좋다.

<노트북을 부팅한 다음 윈도우 장치관리자를 열어 각종 장치의 작동상태, 드라이버 설치 상태를 점검한다.>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각종 포트, 즉 USB, 이어폰/마이크 포트, VGA 포트, 랜 포트 등도 아낌 없이 확인해 주자. 사고 나서 집에 도착해 다시 해봤는데 안되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윈도우 작동이 문제 없다면 노트북 자체의 작동 상태도 주목해야 한다. 즉 자체 발열이나 소음에도 민감해야 하는데, 발열이야 노트북 제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컴플레인'을 걸어야 한다. 소음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이 조용한 곳이 아님에도(흔히 카페 등지에서 거래 트니까) 작동 소음이 심하다면 이 역시 태클 걸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격을 낮추던가 아님 구입을 과감히 포기하자.

<아.. 이 연출사진... 죽인다..ㅎ 노트북이 이 정도로 발열이 심하다면...ㅋ 주방기기로 사용해도 되겠다...>

일곱째, 배터리 용량 및 수명도 빼놓지 말지어다.
노트북에 있어 배터리는 말 그대로 '생명'이다. 하지만 노트북 배터리는 일종의 소모품이므로 사용하다 보면 수명이 점차 줄어든다. (뭐 비단 노트북 배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배터리가 그렇다.) 그래서 중고 노트북이라면 특히 배터리 상태도 빠짐 없이 체크해야겠다. 물론 1시간 이상 가는 배터리를 걍 배터리 방전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을 순 없고, 판매자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거나 별도의 배터리 측정 프로그램을 돌려 보면 되겠다. (대표적으로 rundown 이라는 유틸리티가 있다. 사용법은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도록.)

<중고 노트북이라도 대게 2시간 이내까지는 버텨줘야 노트북으로써 의미가 있다. 이 역시 가격 네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덟째, 최초 구입 시 '부록'을 남김 없이 챙겨라.
요즘에는 노트북 사도 가방을 잘 안 준다. 아니 기본적으로 챙겨주질 않는다. 즉 가방 쿠폰 등을 통해 필요한 사람만 수령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애초에 노트북 가방이 없다면 중고 노트북 구입 시 딸려 왔을 가방에 대해 살짝 언급해 본다.


'이 제품… 가방이 같이 딸려 오는 걸로 알고 있는 데요… 가방은… 혹시….'

이 역시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방뿐이 아니다. 기본 매뉴얼과 운영체계 복구CD, 드라이버 CD 등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흔히 이런 부속물은 버리거나 분실하기 십상인데, 중고 거래에서는 이들도 모두 '핸디캡'으로 작용될 수 있다.

<최초 구입 시 들어있던 종이 쪼가리 하나까지 요청해 본다. 매뉴얼은 당연 있어야 하고...>

주변에서 꼭 거래 끝나고 집에 와서야 뭔가 하나 빠뜨렸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바로 '전원 어댑터'다.

노트북 본체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전원 어댑터를 미쳐 챙기지 못해 결국 판매자나 구입자나 두 번 발걸음을 해야 한다.

아홉째, 구입 후에도 판매자의 연락처를 유지하라.
좋은 제품을 적정한 가격으로 양도 받았다 해도 당분간은 판매자의 연락처를 기록해 두도록 하자. 만의 하나 제품이 '장물'로 파악돼 구입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었더라. (흔치는 않다.) 이 밖에도 사용 상의 문의나 기타 사항에 대해 구입 후 며칠간은 연락처를 유지하는 게 좋다. 물론 좋은 거래가 완료 됐다면 감사의 문자 한방 날리는 것도 바람직하니까.

열번째, 자신도 언젠가는 되판다는 생각으로 주의하며 사용한다.
항상 자신이 종착역이라는 생각보다는 조만간 나 역시 내보내리라는 생각으로 소중하게 주의깊게 사용한다. 사용기간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르지만, 분명 머지 않아 그 제품을 양도했던 중고 사이트에 다시 올려 놓을 기회가 생긴다. 구형이라도 데스크탑 보다 노트북은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중고 수요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입할 때 받았던 형태, 구성품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깍때기까지 버리지 말고 그대로 모셔두면 베스트다.)

위 열 가지 항목을 체크하다 보면 노트북 구매하다 날 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항상 눈과 손과 귀가 되어줄 기기이기에 구입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긴 하다. 아무리 중고라도 40만원 내외를 지출해야 한다면 쉽게 넘길 건 아니다.


중고 거래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역시 '신중함'이다. 온라인 구매가 됐든 직거래가 됐든 무턱대고 저지르지 말고, 필요한 사양이 어느 정도 인지, 또 구입할 중고 노트북이 어느 정도 커버해 줄지를 미리 파악해야 하겠다.

아울러 끝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특히 중고 거래에 있어 판매자가 직접 만나기를 꺼리거나 피하는 느낌이 든다면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거래를 포기해야 한다.

Posted by Soft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