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조립 컴퓨터든 브랜드 컴퓨터든 컴퓨터 구입 시 여러 가지 항목과 조건을 따진다.

즉 CPU나 어떻네, 메모리가 몇 GB네, 그래픽카드가 어떤거네, 하드디스크 용량이 얼마나 되네 등등...

이들은 컴퓨터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이기 때문에 컴퓨터 구입 시에 '귀빈'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는 건 보다 좋은 제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레이스'를 서슴치 않는다는 소리다.

이에 비해 컴퓨터 조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위 '주변기기'들은 항상 위 주요 부품의 'Tight'한 예산 책정에 밀려 제품 모델이나 기능 등은 거의 고려치 않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남는 예산에 맞게 그냥 대충 선택하거나 혹은 판매처 영업사원이나 매장 사장님께 '접대용 뻐꾸기' 몇번 날려서'꽁'으로 얻어 오거나 둘중 하나다.

그러한 대표적인 주변기기가 입력 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 음성 출력 장치인 '스피커' 등이다.

'컴퓨터 조립'에는 거의 맥을 못추지만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는 어느 부품보다 중요한 그들이다. 특히 입력 장치인키보드와 마우스는 제품 브랜드와 완성도에 따라 단돈 몇천원부터 많게는 몇십만원대까지 가격대를 형성하는 독특한 기기다(컴퓨터 부품 가격 중에 이런 가격대를 가진 거,없을 거다).

이 두 입력 장치 중에 특히 키보드'전문 매니아'층까지 형성되어, 그들만을 위한'프리미엄' 키보드가 일반적으로 판매될 정도로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포스트는지난 십수년간 급발전 하는 컴퓨터 기술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용자와 컴퓨터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키보드'에 대한 얘기다.

키보드? 그게 그거지. 모.

키보드 얘기하면 나 또한 할 말 많다. 나 역시 앞서 말했던 이른 바 '입력장치 매니아'기 때문이다.이만큼 살아오면서 여러가지 직종을 두루 접하게 됐고, 한 직장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로 '글질'을 하면서부터 키보드라는 기기에 관심을 가졌다. 워낙 오랜 시간 자판 칠 일이 많았던 터라 보다 편한,그리고 보다 좋은 키감의 키보드를 찾게됐다. 그러면서 키보드에도 참으로 다양한 방식과 제품이, 그러면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았다.

그 후로 여러 경로를 통해 하나하나 키보드를 수집하던 것이벌써 20여개나 된다.

혹자들은 말한다.

'키보드 그 까이꺼 다 그놈이 그놈이지. 모 다른 게 있나..?'

있다.

분명 있다. 뭐가 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키보드 형태에 따른 분류 - 멤브레인/러버돔, 판타그래프, 기계식

(사실 위와 같은 구분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구분하자면 보다 세분화 되어 종류가 여러가지지만,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키보드는 대부분 위 형태이기에 이들만 언급한다.)

키보드 생김새는 '그놈이 그놈'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형태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된다. 정확히는 키보드의 형태가 아니라 키의 '스위치'에 따른 구분이다. 이 '스위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먼저 보자.

(참고로 아래 그림 중 삽화 이미지와 애니메이션은'테크노아-www.technoa.co.kr)'에서 차용하였다.)

키보드의 키캡, 즉 문자가 찍혀 있는 플라스틱 뚜껑을 빼보면 위 그림과 비슷하게 '스위치' 모양의 막대기가 달려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막대기가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겼을 수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일반적인 키보드는 위와 같은 형태일 것이다. 위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뭔가 차이점을 발견할 것이다. 바로 '스위치'가 달려 있는 위치인데, 위에 있는 건 스위치가 키보드에 달려 있지만, 아래 사진은 '스위치'가 키캡에 달려 있다.

뭐 이런 차이를 두고 뭐가 좋다 더 좋다를 따질 순 없다. 그저 방식의 차이니까.

- 멤브레인 스위치 방식 키보드

일반적으로 그냥 멤브레인 키보드라는 전자식 키보드 구조이다. 현재 데스크탑 컴퓨터용 키보드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제조 방식이 복잡하지 않아 다른방식보다 제조 단가가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 멤브레인 키보드의 키캡을 뺀 상태

- 멤브레인 키보드의 스위치 구조

아래 에니매이션에서 보듯, 손가락으로 키를 누르면 키캡에 달려 있는 스위치가 키보드 본체의 볼록한 고무 부분(러버 돔)을 누름으로써 PCB 회로를 통해 컴퓨터에 신호가 입력된다.

이러한 멤브레인 키보드의 장점으로는, 위 그림에서 보듯 스위치가 키캡에 달려 있기 때문에 먼지나 이물질이 키캡 사이로 들어간다 해도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에 비해 생산 단가는 낮아 가격대비 성능으로는 단연 우수한 키보드 방식이다. 흔히 '방수 키보드'라 하는 제품은 스위치부터 러버돔(위 그림에서는 '멤브레인'), 그리고 키보드 본체의 기판까지 밀봉함으로써 액체가 본체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키보드 뒷면에 배수 구멍을 통해 쪼로록 따라 내면 되는 것이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저렴하게는 2,000 ~ 3,000원 짜리부터 비싸게는 10만원을 넘는 제품(무선)까지 다양하다. 즉 멤브레인 스위치 방식이라 해서 모두'저가 제품'은 아니며, 제품 완성도나 기능 등에 따라다양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

키감 측면에서 본다면 어차피 사람마다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른 방식에 비해 장시간 사용에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이다.키보드에 관심이 많은나 역시 멤브레인 키보드를 사용한다. (일본 PFU사의 '해피해킹 프로 라이트')

-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하여 책상 공간을 넓혀주는 멤브레인 키보드 - 해피해킹 프로 라이트

- 펜타그래프스위치 방식 키보드

흔히 노트북에 사용되는 키보드 방식이라 생각하면 된다.노트북 키보드 방식이지만 일반 데스크탑용키보드 제품으로도 요즘 많이 출시되고있는 방식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일반 멤브레인 방식보다는 키캡 크기가 반 이하로 얇고 접점 스위치도 키보드 본체에 달려 있다. 아울러 키 입력에 고른 압력이 가해지도록 스위치 주변에 X자 형태의 가이드가 달려 있다.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최대 장점이라면 역시 '디자인'이다. 키캡이나 스위치가 작아 키보드를 전체적으로 슬림하게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투박한 일반(멤브레인) 키보드 보다는 얄쌍하고 샤프한 디자인 제품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가격은 멤브레인 키보드 보다는 약간 비싸다.

또한 펜타그래프는 멤브레인 보다 소음이 적다. 키캡도 작고 키에 걸리는 압력도 적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타이핑 할 수 있어 그만큼 조작 소리가 작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팬타그래프 키보드의 고질적 단점은 '키감'이다. 노트북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느낄 수 있겠지만,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키를 누르는 압력이 작아 타이핑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사각사각' 거리는 맛이 없고 다소 밋밋한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이런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세울 수는 없겠다. 단지 여지껏 키보드를 숱하게 접하고 있으면서 펜타그래프 키보드에서 양질의 키감을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긴 하다. (키에 걸리는 압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에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키캡이 얇아 사용하다 보면 키캡이 벌렁 벗겨져 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멤브레인 방식은 스위치가 키보드 본체의 구멍에 '콕' 끼워져 있는 상태지만, 펜타그래프는 어찌보면 얇은 키캡이 본체의 스위치 위에 '걸쳐' 있는 상태기에 그러하다. 더군다나 아래 사진에서 보는 저 'X자 지지대'는 생각보다 쉽게 부러진다. 머 예상하겠지만 부러지면 답 없다. AS나 새로 구입 밖에... (근데 요즘 키보드 하나 땜에 AS 받으러 왔다 갔다 하기가....ㅎ)

여담으로 멤브레인 키보드와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성능적 차이, 이를 테면 입력 속도, 반응 속도 등등등... 그런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면...

'전혀 없다'

혹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거 느낄 정도면 역시 세상 살기 팍팍해 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요즘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대부분 '뽀대'를 중시하고 있으니 화려한 책상을 원한다면 하나 장만해도 되겠다.

- 기계식 스위치 방식 키보드

키보드에 있어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스위치'다. 스위치는 앞서 말한대로 키캡과 키보드 PCB 기판 사이에서 키 입력을 전달하는 작은 막대기다. 따라서 이 막대기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키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높낮이가 책정된다.

불연듯 자신이 사용하는 키보드 키캡을 빼봤는데 위와 같이 생겼다면, 보람을 갖고 잘 챙겨두기 바란다. 기계식 키보드는 다른 방식보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단가도 높아 제품이 비싼 게 일반적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위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보듯, 그 원리는 간단한 듯 하나 구조나 설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또한 키 하나하나 마다 스위치(슬라이더)를 갖고 있어야 하기에 제조 단가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키 누름의 신뢰도를 강화할 수 있어 잔고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키당 약 2,000만회의 키 누름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우수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그래도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이라면단연코 '키감'이다. 비싼 가격임에도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의 공통적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키 하나하나 마다 '촉감'이 살아 있기때문에'경괘한' 타이핑이 가능하다. 특히 타이핑질을 많이 하는 환경일수록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은 한층 더한다. 고속 타이핑에 훨씬 유리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수한 '키감'을 위해 스위치만을 별도로 제작해 키보드 제조사에 판매하는 유수 업체도 몇몇 있다. 그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체리(Cherry)'사다.

체리 스위치는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텔'이나 'IBM' 만큼 독보적인 명품 브랜드다. (스위치 뿐 아니라 키보드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그 동안 찬밥 신세로 사용되던 키보드에 아래와 같은 체리 로고가 박혀 있다면 잘 모셔두었다가 임자에게 판매하면 돈십만원은 족히 챙긴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키보드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사람들이 이런 고급 스위치를 적용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케 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무슨 제품이든 비싸면 괜히 비싼게 아니다) 하여튼 기계식 키보드는 키 마다 별도의 스위치를 장착하여 최적의 타이핑 감을 제공하도록 된 키보드다. (강태공이 월척을 낚는 그 '손맛'에 낚시를 한다면, 기계식 키보드는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키감' 때문에 선택한다)


하지만 역시 결정적 단점은 '가격'이다. 일반 멤브레인과 펜타그래프에 비해 뭐 한 돈만원 비싸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선택하겠지만,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국산 제품도 대략 4~5만원 선이고, 앞서 말한 '체리'사 스위치 또는 키보드 제품은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필코'사의 '마제스터치(체리 갈색 스위치)'는 현재 13만원 정도다)


또 하나의 단점은 '타이핑 소음'이다.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다 보니 고속 타이핑시 상당한 수준의 클릭 소음이 난다. 조용한 사무실이라면 그 소음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심한 질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기계식 스위치에도 타이핑 소음을 줄인 '넌클릭' 스위치를 채택한 제품도 있지만, 역시 멤브레인과 펜타그래프 키보드에 비해서는 소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사무실에 갖다 놓기만 했다)


- 현재 사무실에 갖다 놓은 키보드다. 위로부터 기계식 키보드의 표준인 '필코 마제스터치', 멤브레인 키보드의 '최고봉 키감'이라 일컫는 컴팩 RT235BT 키보드(태국산), 독특한 키감의 멤브레인 키보드, 썬 타입6 키보드다. 컴팩과 썬 키보드는 서버의 번들용 키보드기 때문에 일반 판매처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



자 이 밖에도 키보드의 형태는 몇가지가 더 있지만, 현재 쇼핑몰 등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위 세가지,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기계식이 대부분이다. 더러 '러버돔' 이라는 형태도 볼 수 있는데 제품은 거의 없다. 러버돔은 앞서 멤브레인 스위치 부분에서 잠깐 언급됐는데, 볼록한 고무 부분(이걸 러버 돔, rubber dome 이라 한다)만으로 키보드를 제작한 제품을 말한다. (전자계산기 숫자 버튼을 연상하면 된다.)



러버돔 키보드는 플라스틱 재잴의 키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 사진처럼 키보드 전체를 고무로 발라 휘어지는 키보드 제품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위 제품은 러버돔으로만 제작된 '플렉시블 키보드(Flexible keyboard)'라 불러야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저거 일반 용도로는 거의 사용 못하니 행여나 구입할 생각은 하지 말길.


슬슬 정리하자.

키보드는 마우스와 더불어 컴퓨터 사용에 대표적인 입력장치다. 3,000원 짜리를 쓰나 30만원 짜리를 쓰나 어차피 모니터에 글자 찍히는 건 똑같다. 하지만 모든 제품에는 품질과 격이 있듯이, 흔히 '소모품'으로 치부하는 키보드에도 나름대로의 품질과 장인정신, 그리고 그에 따른 '격'이 존재한다. 이를 인정하느냐 않는냐는 전적으로 사용자에 달려 있는 것이니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건 없다.일단 키보드의 '오묘한 세계'에 입문하면 몇 십만원의 '돈지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자부심도 갖게 될 것이다.ㅎ (다만 남들 좋다는 소리만 듣고 아무생각 없이 덜컥 구입하는 우를 범하지만 말기를 바란다.)


앞으로 키보드에 얘기는 한두 번 더 포스팅할 생각이다. 키보드에 관심이 생기려 한다면 키보드 매니아들의 유일한 커뮤니티인 '키보드 매니아(www.kbdmania.net)를 함 방문해 정보를 얻어 보기 바란다. 거기 키보드 매니아를 넘어 '기인'들도 많다.)

Posted by Sof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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